지구적응기록/독일생활_프랑크푸르트2013~

독일워킹홀리데이_칼퇴문화와 외식이야기

Patti Kim 2020. 3. 30. 21:43

2013년 10월.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또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거라 생각되어 글로 남겨 기록하기로 한다.


 

<칼퇴하는 독일 문화 속 소소한 외식기록>

 
칼퇴하는 독일 문화 속에 내 몸을 녹여버렸다.
일이 많던 적던 나는 무조건 칼퇴를 했고 나의 근무시간은 08:00-17:00이었다. 

 

:내가 칼퇴에 집착하게 된 이유:


한국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퇴사를 했다. 그리고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프랑크푸르트에 왔다.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기대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고, 그 중에 야근과 잔업의 연속도 포함이었다.

취업을 하고 싶었던 기업은 단지 한 곳이었다. S전자에서 백색가전 중남미 영업을 하고 싶었던 꿈을 가지고 문을 두드렸건만 최종 면접에서 항상 고배를 마셨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십을 전전하며 취업전선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전자회사가 아닌, 외식기업에 입사했다. 

 

2020년이 된 지금에야 '칼퇴','워라벨' 등의 삶이 보통이지만, 나는 항상 야근과 초과근무를 해야했고, 회사는 비상경영이라며 매년 출근시간을 30분씩 앞당겼다. 그렇다고 퇴근시간이 당겨진 것은 아니었기에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솔직히 올라가지 않았다.  9시 출근이 어느 사이  8시 출근이 되었고, 기업 차원에서 글로벌인재를 육성한다며 내게 중국어 교육을 지원해줬다. 고마웠지만 하필 아침 7시부터 주 4일씩, 회사의 회의실에서 중국어 수업을 들어야 했기에 출근시간은 더욱 당겨졌다.

 

퇴근은 어떠한가. 정시에 한 기억이 없다. 회의가 늦어지기도 하고, 상사의 배려(?)로 주 2-3회는 술자리로 이어졌다. 주말에도 사업부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나 점포 현장으로 달려가야했다. 일과 내가 물아일체가 된 기분이었다.

 

 

 

퇴사를 하면서 <근로>에 대한 나만의 몇 가지 기준을 세우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인정할 수 있는 근무시간>이었다. 무조건 적인 칼퇴가 아닌, 나는 내 입장에서 야근이 필요하거나 초과 근무를 하고, 몰입해야하는 업무가 주어진다면 시간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 절차로 인한 연장근무를 앞으로의 삶에서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다짐했다. 

 

보통 내가 퇴근을 하는 시각은 5시이고, 시내에는 늦어도 6시에는 도착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어느 식당이나 쇼핑센터, 바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정장이나 유니폼을 입고 있냐에 따라 직장인을 판단해도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보였다. 초과근무를 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그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 받는 독일의 건전한 고용문화는 솔직히 부러웠다.

 

 

:퇴근길 자일거리에서 소소한 외식:

 

일찍 끝나고 같이 사는 친구와 프랑크푸르트 시내 Zeil 에서 종종 저녁을 먹었다. 나보다 하루 먼저 독일에 도착한 친구와 나는 회사 사장님께서 미리 구해주신 집에 각자 방을 하나씩 빌려 한 달을 살게 됐는데. 현지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방을 빌린 곳이 한인 교회라는 것을. 교회 1층에 있는 목사님 댁의 방 두 개를 우리에게 빌려주신 것이었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한 달이었고, 보통의 한국인에 비해 전기와 물 사용에 예민한. 해외생활을 오래하신 목사님 부부 덕에 집에 머무는 동안 요리는 커녕, 방에 불을 켜는 것도 눈치가 보여 나와 친구는 집에 들어가는 걸 꺼리게 됐다.



어쨌거나 우리는 종종 자일거리에서 감자튀김과 소세지, 양배추 절임 등의 간단한 음식과 맥주로 퇴근길 한끼를 떼웠다. 저번에 들렀던 그곳에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했다.

족발 옆에 왠 삼겹살이 보여서 먹어봤건만 맛은 그냥 훈제 베이컨에 가까웠다. 

독일 맥주: 특히, 흑맥주

독일 흑맥주. dunkel Bier(어두운 맥주/흑맥주) 라고 부른다. 다음부터 직접 주문을 하면서 써먹어봐야겠다. "아인말 둔켈 비어 비테". 괜히 아는척한다고 '검정맥주'라고 했다가 혼자 챙피해졌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포크, 나이프로 썰어서 독일인들의 주요 소스인 머스타드에 찍어 먹었다. 양배추 절임과 함께 했는데 이 <자우어크라우트>라는 양배추는 독일인들에게는 피클?김치? 정도라고 했다. 시큼하고 새콤함 보다는 쿰쿰함이 느껴져서 내게는 입에 맞지 않았다. 되려 어찌나 싫은지 맛이 없고 짜고 씹는 식감도 이상했다. 입맛과 취향이 제각각이니 나의 혹평은 여기까지다. 아! 같이 살았던 친구는 대학생 때 어학연수로 독일에 1년 간 머물렀다는데 그 때 먹었던 자우어크라우트의 맛이 한국에 돌아간 뒤로 항상 그리웠다고 했다. 

 
:독일 감자의 매력:
 이 감자 요물이다. 일반적으로 맥도널드나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는 후렌치후라이와 다르다. 겉이 과하게 바삭하지 않지만 푸석하지도 않고. 기름에 쩔어있지도 않고.. 적당히 바삭하고 고소하고 감자튀김을 먹고 있다는 감흥을 충분히 주는 맛이었다. 생감자...왜 독일감자가 맛있다는지 알 거 같았다.

 


:판트(Pfant):


독일은 이렇게 먹을때도 보증금 스러운 돈을 받는다. 노천에서 먹는 거라 플라스틱과 유리잔은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 받는다.

처음에 21유로를 받길래 '삼겹살이 비싸나?'라고 생각했는데 맥주잔과 플라스틱 접시,포크, 나이프까지...죄다 갖다주니 10유로를 돌려받았다. 뭐? 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판트 제도는 일반 마트에서 구입할 때도 적응된다. 판트 표시가 된 공병이나 캔을 마트에 반납하면 0.25-1유로 정도의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공병을 찾는 자유인(부랑자라고 하고 싶지 않다)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나 독일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버린 공병을 찾아 그날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함인듯 보였다. 

암튼 슈퍼에 가도 페트병 반납기에 넣고 병 값을 반환 받는 제도도 일상이 되어 길가에 버려진 페트병도 없다. 좋은...그러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길거리에 버려진 유리병 파편들이 많아 위험하다. 지금도 이틀째 발가락에 유리파편이 박혀 피를 흘리고 있지만. 괜찮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